텃밭에 찾아오신 예수님
처음 케냐에 도착했을 때는 미국에서 가져간 개인 비상금으로 옥수숫가루를 재래시장에서 구매해 아이들을 먹였다. 우리 아이들은 장애아다. 신체나 뇌 기능에 장애가 있지만, 한창 성장하는 청소년이어서 많이 먹는다
나는 아이들의 식비를 충당하기 힘들어서 아예 옥수수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비록 작은 분량이라도 자급자족을 해보자는 발상이었다.
어떻게 해서든 조금이라도 아이들을 풍족하게 먹이고 싶은 엄마의 마음이었다.
아이들이 모두 교실에 들어가고 난 후에는 주로 옥수수 텃밭으로 갔다.
적도의 햇볕은 땀이 삐질삐질 흐를 정도로 강하게 내리쬈다. 몸빼에 티셔츠를 걸치고 검정 고무장화까지 신고는 종일 우물물을 떠 와서 옥수수에 주었다. 그러다 보니 종일 땀을 닦아가며 텃밭에서 일하는 신출내기 농부의 작업이 내 일상이 되어버렸다.
목사에서 양계장 일꾼으로, 양과 염소를 치는 목동으로, 다시 농부로, 주방장으로, 기숙사 사감으로, 청소부로… 주님은 내게 참 다양하고도 철저한 방법으로 실패를 경험시키시며 낮추고 또 낮추셨다. 그런데도 주님은 내 인생의 그 어느 때, 여느 장소에서보다도 나와 가까이 계셔주셨다. 내가 “주님~” 하고 부르면 금방 “응, 왜?” 하고 대답해 주셨다.
매일 아침 밭에 나가 한참을 혼자 흙 위에서 일할 때면, 처음에는 힘들어서 나도 모르게 기도했다. 울 밑에 선 봉선화 같은 내 모습이 처량해서였다. 2시간 정도 일하다 보면 허리가 아파서 처량한 기도가 방언 기도로 변했다.
다시 2시간을 그러고 있다 보면, 오래 서 있기 힘든 반 평발인 양다리가 후들거리며 어느새 방언 기도가 방언 찬양이 되었다. 한참 방언 찬양을 하다 보면, 삭신이 쑤셔 춤을 추며 찬양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흔한 라디오조차 없었다. 인터넷이 연결되지 않으니 휴대전화에서 나오는 음악도 상상에 그칠 뿐이었다. 할 수 있는 건, 내 키보다 큰 옥수수밭에서 홀로 기도하고, 방언하고, 방언으로 찬양하고, 그에 맞춰 춤추며 주님 앞에서 공연하는 것뿐이었다. 그러다가 옥수수 그늘 밑에 앉아서 울기도 했다.
연로한 엄마도 그립고, 딸의 웃는 모습도 가슴 아리도록 보고 싶었다. 만두와 라면은 왜 그리 먹고 싶은지, 기도하다 보면 옆에서 그 냄새가 나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나는 주님 앞에서는 입술을 지키려고 안간힘을 썼다. 내 뺨을 ‘찰싹’ 소리 나게 때리고 팔을 꼬집어가며 불평을 삼켰다. 어떤 상황과 환경에서도 감사 기도를 먼저 드렸다. 나는 아주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조금씩 변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저녁 무렵, 여느 날과 다름없이 옥수수 텃밭에서 닭똥 거름을 삽으로 열심히 퍼 나르며 땅에 뿌리고 있었다. 틈틈이 춤추고 방언 찬양을 하면서. 그러다가 어느 순간, 너무 지쳐서 붉은 흙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버렸다.
그러자 아무 이유 없이 서글픔이 올라와 뜨거운 눈물이 주르륵 뺨을 타고 내려왔다. 개미가 고무장화를 타고 몸으로 기어오르는데도 파파야 나무에 힘없이 기대어 있었다. 이마의 소금 땀이 자꾸 타고 내려와 따가워서 눈을 뜰 수 없는 지경이었다. 나는 그냥 울었다. 얼마나 울었는지 모른다. 아무 이유 없이….
그때 어디선가 강한 바람이 불어왔다.
나는 입고 있던 티셔츠 자락으로 따가운 눈을 대충 닦았다. 그 순간, 주님이 내게 말을 건네셨다. 내 깊은 내면을 향해 한 음성과 함께 뜨거운 감동이 복받쳤다.
작게 속삭이는 듯한 부드러운 음성.
‘나의 사랑, 나의 어여쁜 자여. 이제 일어나 함께 가자.’
내가 되물었다.
“주님, 어디로 함께 가지요?”
‘이제 슬슬 미디어 영상 전도를 시작해 보거라.’
“주님, 저는 유튜브 같은 건 할 줄 몰라요. 저 컴맹인 것 아시지요?”
‘순-종-!’
주님은 낮으나 강하게 또박또박 말씀하셨다.
“주님, 저는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계정도 없어요.
여기서는 데이터 비용 때문에 보지 못하는 것 아시잖아요.”
주님은 내게 대답하지 않으시고 침묵으로 일관하셨다.
퍼질러 앉아 울다가 주님의 침묵에 놀라서 울음이 뚝 그쳤다. 나는 정신을 차리고 바지에 묻은 붉은 흙을 손으로 툭툭 털고 일어났다. 그분은 무엇이든지 한번 말씀하시면 마음을 변개하지 않으시는 성품을 가지셨다. 왠지 내가 미디어를 시작하는 시늉이라도 해야 주님이 기뻐하실 것 같았다.
“주님, 제 순종을 올려드릴게요. 기다리세요!”
그날 저녁, 아프리카의 석양이 정말 아름다웠다.
벌판에 큰 나무들 위로 진한 주홍색 해가 질 시각에 빛과 그림자가 빚어내는 케냐의 저녁노을은 실로 장관이었다.
- 생수의 우물, 제시카윤
[갓피플몰] 생수의 우물
주님과 나눈 사랑의 대화40년간 미국과 아프리카에서 중독자, 노숙자, 장애아를 섬긴 제시카 윤 목사가 주님과 나눈 사랑의 대화, 놀라운 영의 세계, 순종과 믿음의 고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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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말씀
이는 너희 믿음의 시련이 인내를 만들어 내는 줄 너희가 앎이라 인내를 온전히 이루라 이는 너희로 온전하고 구비하여 조금도 부족함이 없게 하려 함이라
- 야고보서 1:3~4
† 기도
주님, 나를 부르신 이곳에서 삶의 예배를 올려드립니다. 힘들고 외롭고 고단해도 오직 주님만을 바라보며, 주님의 눈빛을 의식하며, 주님의 자녀답게 살아내겠습니다. 제 일상의 예배를 받으소서!
† 적용과 결단
맡겨주신 일들을 감당하는 청지기로 주님 말씀하시면 순종함으로 나아가겠습니다. 다른 생각하지 않고 오직 주님만 바라보며 나아가길 소망합니다.
출처 : 갓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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