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와 십자가에서 같이 죽자

선교지에서의 처음 두 해 동안, 우리는 난기류에 휩쓸린 듯한 시간을 보내야 했다.
그것은 낯선 태국어를 익히며 태국 사람들의 정서를 파악하고 전도의 접촉점을 찾아야 하는 어려움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보다 더 고통스러웠던 건 동역자들 간의 관계 문제였다.
본격적인 사역을 시작하기도 전에 일어나는 그러한 갈등으로 선교사로서의 나의 정체성이 뿌리째 흔들리는 것 같았다. 아름답게 헌신하는 듯한 인간의 긍정적 앞모습 뒤에 감추어진, 자기 잇속을 챙기며 남을 모함하는 뒷모습의 부정적 측면들이 그리스도인들의 세계에서도 예외 없이 나타난다는 사실이 참담하게 다가왔다.
그날도 그랬다. 로뎀나무 아래 엘리야처럼 마음 한켠에서부터 끊임없이 주를 향해 ‘차라리 죽기를 원하나이다’라는 탄식이 나오던 무렵이었다. 고단하고 지친 마음을 안은 채 성경을 펴서 쭉 읽어가던 나의 눈길이 갑자기 한 구절에서 딱 멈춰 섰다.
이에 예수의 얼굴에 침 뱉으며 주먹으로 치고 어떤 사람은 손바닥으로 때리며. 마26:67
그날따라 묵상한 본문은 주님께서 사람으로부터 가장 치 떨리는 모멸감과 수치를 받으시는 장면이었다. 사람을 지으신 하나님이 사람을 구하기 위해 오셨는데 피조물인 인간들로부터 침 뱉음을 당하시다니….
그럼에도 우리를 위해 끝까지 십자가를 저버리지 않으신 예수님을 생각하니 내 속에서 부끄러움이 일었다. 십자가를 지기까지 그분이 겪으신 고초와 고통에 비하면 내가 겪는 마음고생은 아무것도 아닌데 나는 왜 이토록 분노와 수치심에 묶여 절절매는 것일까. 도대체 내게 믿음이라는 게 있는 걸까. 이런 자책감 속에서 울며 기도를 이어가는데 갑자기 주님의 부드럽고도 단호한 음성이 들렸다.
너 나와 같이 십자가에서 죽자.
주님께서 매달리신 십자가에서 나도 같이 죽는다는 것, 그것은 나를 포기하는 일이다. 나를 내려놓는 일이고 내 생각과 내 뜻을 접는 일이다. 지금 주님께서는 선교지의 복잡한 상황에 갇혀 모든 걸 회피하고 싶어 하는 내게 ‘십자가 죽음’을 말씀하고 계셨다. 십자가에서 주님과 같이 죽어야 살 수 있다는 말씀이었다.
그러나 한순간에 목숨을 끊는 건 간단할지 몰라도, 자기를 부인하며 십자가에서 죽는 삶을 살아낸다는 것은 결코 간단한 일이 아니다. 내가 나를 포기하는 자기부인의 삶을 살아낸다고 해서 현실의 상황이 변할지도 의문이었다.
무엇보다 지금도 고통스러운데 거기서 더 나아가 십자가에서 죽는 삶을 살아내라고? 나는 도저히 그 고통을 감당할 재간이 없을 것 같았다. 그래서 이내 ‘그렇게는 못하겠습니다’라는 마음을 담아 외람된 고백을 했다.
“주님은 하나님이셨잖아요!”
당시의 나는 예수님이 마치 신적인 능력을 발휘해 십자가 죽음도 감당할 수 있으셨던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결국 “너 나와 같이 십자가에서 죽자”라는 요청에 대한 거절의 의사 표시였다.
그러자 정확히 3일 후, 주님은 다시 그분의 음성으로 나를 찾아오셨다. 말씀에 순종하지 못하는 나를 충분히 야단치실 만도 한데 성령님은 여전히 동일하게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러나 단호하게 말씀하셨다.
그러면 요셉을 보아라.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 그의 주인 애굽 사람 집에 있으니.창39:2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하신다는 말씀을 읽는데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요셉이 하나님을 붙든 게 아니고 이미 하나님께서 요셉과 함께하셨다니…. 이것은 하나님이 요셉을 붙드셨다는 뜻이다.
요셉은 현재 처한 어려운 상황에 대해 원망하고 불평하며 다른 사람을 탓할 수도 있었다.
그러나 성경 어느 구절을 찾아봐도 요셉이 불평했거나 막 산 흔적을 발견할 수 없었다.
더구나 요셉은 지금 보디발 집의 노예 신세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런 요셉의 삶은 도저히 ‘형통’이라는 단어와 연결 지을 수 없어 보인다. 그럼에도 성경은 그와 같은 요셉의 삶에 하나님께서 함께하시므로 요셉이 형통했다고 기록한다. 형들로부터 받은 배신의 고통도, 노예로 사는 삶의 고난도 하나님의 함께하심으로 요셉이 능히 이겨 나가게 하셨다는 뜻이리라.
그런 요셉에 비해 나는 어떤지 진지하게 돌아보았다.
나의 말과 행동의 결과로 고립의 섬에 갇힌 채 마음이 만신창이가 된 내 모습이 보였다.
그날 나는 여전히 고통스러운 상황 속에서도 하나님의 말씀을 들음으로써 살아날 수 있었다. 하나님은 우리가 이런 상황을 어떻게 이겨내야 하는지 이미 성경을 통해, 요셉의 삶을 통해 구체적이고도 확실하게 알려주셨다. 그래서 나는 내 마음에 새겨주신 말씀 구절에 내 이름을 넣어서 힘들 때마다 믿음의 선포를 했다. 이 선포는 그 후 중요한 길목마다 내 삶의 중요한 지침이 되었다.
“여호와께서(문정)이와 함께하시므로(문정)이가 형통한 자가 되어 이곳(치앙마이)에 있다!(문정)이가 어찌 이 큰 악을 행하여 하나님께 죄를 지으리이까!”
주의 영으로 살아나라, 최문정
주의 영으로 살아나라 - 최문정, 규장 | 갓피플몰
최문정 태국 선교사의 감동적인 순종과 기도 사역을 통해, 하나님이 당신의 모든 말을 듣고 계시며 깊은 관심을 두고 있다는 메시지를 전합니다. 성령의 은사를 통해 말씀의 토대 위에서 생명을
mall.godpeople.com
여호와께서 요셉과 함께 하시므로 그가 형통한 자가 되어 그의 주인 애굽 사람의 집에 있으니.
창세기 39:2
주님, 고된 현실 속에서 제 마음이 무너질 때도 주의 음성을 놓치지 않게 하소서. 십자가 앞에서 도망치려는 제 자아를 주님과 함께 못 박아 죽게 하시고, 자기를 부인하는 은혜를 부어주소서. 요셉과 함께하신 하나님께서 오늘도 저와 함께하심을 믿고 의와 평강의 열매를 맺게 하소서.
오늘 겪는 갈등과 상처를 나를 죽이고 주님을 따르라는 부르심으로 받아들이겠습니다. 상황이 바뀌지 않아도 하나님이 저와 함께하신다는 사실을 믿고 불평 대신 말씀을 붙들겠습니다!!
출처 : 갓피플
'생활과 신앙' 카테고리의 다른 글
| 하나님께 돈을 꾸어 드릴 분들, 여기로 오세요!! (0) | 2026.03.19 |
|---|---|
| 내적치유의 최고의 무기!! (0) | 2026.02.24 |
| 하나님은 과연, 나를 어떻게 생각하실까? (0) | 2026.02.06 |
| 기도응답, 확실히 받는 비법!! (0) | 2026.02.05 |
| 기도하지 않으면 '안 좋은 일'이 일어나는 이유!! (1) | 2026.01.2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