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님, 저를 왜 안 써주세요?
나는 꿈에 부풀어 동네 학원으로 향했다. 원장이 내게 경력을 물었다. 강사 경력이 전무하기에 할 말이 없었지만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강사로서 일해본 경험은 없지만 지난 몇 년간 저만의 수련을 했습니다.
저는 준비된 인재입니다. 믿고 맡겨주십시오!”
구술 면접은 그 정도로 끝이 났고, 시강할 차례였다. 나는 호흡을 가다듬고 온 신경을 집중했다. 연습하고 또 연습한 스타강사의 포스와 자세, 눈빛을 재현했다. 그리고 영상에서 본 대로 스타강사의 첫마디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내뱉었다.
“너희들이 지금까지 배운 영어는 다 쓰레기다!”
속으로 희열을 느꼈다. 교실 안은 고요했다. 원장이 어이없다는 듯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개의치 않고 15분 동안 강의를 이어갔다. 시간이 어떻게 흘렀는지 기억나지 않을 만큼 심취한 상태로 강의를 마쳤다.
첫 시강은 더할 나위 없이 만족스러웠다. 집에 돌아가 합격 문자만 기다리면 되었다. 그날 밤, 설렘과 떨림, 긴장이 절정에 이르렀을 무렵 휴대폰이 진동했다. 떨리는 손으로 폴더를 열었다.
“선생님은 우리 학원과 맞지 않는 것 같습니다.”
짤막한 문장을 마주한 순간, 온몸에 힘이 풀렸다.
‘대한민국 최고 강사의 강의를 그대로 구현했는데 나를 떨어뜨리다니!’
나는 바로 답문을 보냈다.
“원장님은 오늘 대한민국 최고의 인재를 잃으셨습니다.”
내게 문제가 있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그의 판단이 틀렸다는 생각만 가득했다. 다른 학원에 지원서를 또 넣었지만, 면접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20대 중반까지 뼈아픈 거절감과 기다림은 계속됐다.
청소년 집회에 가면 듣는 단골 질문이 있다.
“하나님은 준비된 사람을 쓰신다는데, 저를 왜 안 써주시는 걸까요?”
이 답답한 심정을 나는 잘 안다. 나도 매일 같은 질문을 하나님께 드렸기 때문이다. 그 시절을 떠올리며 차분히 말해준다.
“하나님의 때는 네 생각과 다를 수 있어.
스스로 완벽히 준비되었다고 여겨도 하나님이 보시기에 더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을 수 있지. 겸손하게 ‘하나님의 때’를 구하며 기도의 끈을 놓지 않았으면 좋겠어.”
말은 이렇게 했지만, 당시엔 나도 하나님의 때보다 ‘나의 때’를 구했다. 내 계획대로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어서 괴로웠다. 그럼에도 하나님을 전혀 의지하지 않았다. 하나님은 그런 나를 사용할 수 없으셨을 것이다. 삶의 광야기에는 반드시 이유가 있음을 그때는 알지 못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나는 세상의 편견을 깨고 싶었던 것 같다. 내 주변에는 잘나가는 크리스천이 없었다. 크리스천은 사회에서 무시당하거나 꽉 막힌 부류로 여겨졌다. 반면 돈이나 권력이 있는 소위 ‘인플루언서’들은 대중의 관심을 끌었고, 엄청난 영향력을 행사했다.
내 삶도 마찬가지였다. 하나님이 나를 사랑하시고 나도 그분을 사랑하며 기쁨과 평안을 누렸지만, 막상 세상에 나가보니 내 삶이 보잘것없는 것처럼 여겨졌다. 그게 너무 분했다. 그래서 증명해 보이고 싶었다. 보란 듯이 성공해서 힘 있는 크리스천이 되어 선한 영향력이 뭔지 보여주고 싶었다. 그러나 그 출발은 기도가 아닌 오기였다.
혈기 가득했던 내 모습은 성경 속 말고의 귀를 베어버린 베드로를 닮아있었다. 말고의 귀를 고쳐주시며 베드로의 치기 어린 실수를 수습하셨던 예수님은 철없던 내 다짐과 기도 없이 내린 결정도 선하게 사용하셨다.
때로 내가 그분에게서 멀어지면 어떻게든 나를 돌이키시고 새로운 길로 인도하셨다. 설령 내가 덜컥 무언가를 선택하더라도 끝까지 살피고 돌보셨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잘못을 반복해도 절대 포기하지 않으셨던 것처럼.
야곱은 레아와 라헬을 얻기까지 14년이 걸렸다. 하지만 하나님은 야곱이 아무리 고집을 부려도 결국 가나안으로 이끄셨다. 내 삶도 야곱처럼 내가 원하는 것을 선택했지만 돌고 돌아 끝내 하나님의 크신 계획대로 펼쳐졌다.
- 네 마음이 어디 있느냐, 현승원
† 말씀
사람의 마음에는 많은 계획이 있어도 오직 여호와의 뜻만이 완전히 서리라
- 잠언 19:21
† 기도
하나님, 나는 지금 원하는데 주님은 묵묵부답이실 때, 원망하고 낙심하기보다 이 시간을 허락하신 주님의 뜻을 먼저 구하게 하소서. 제가 놓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회개하고 주님보다 앞서가지 않게 하소서. 주님, 나의 혈기를 내려놓고 먼저 무릎 꿇게 하소서.
† 적용과 결단
보이지 않아도 주님은 역사하고 계심을 믿습니다. 역사하실 주님을 붙들며 오늘 나의 삶도 주님의 뜻 가운데 인도하실 것임을 믿음으로 나아갑니다.
출처 : 갓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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