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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별내선' 시운전 전동차에 물탱크가 들어간 이유는?

by 카이로 B.G.PARK 2024. 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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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두면 도움되는 교통상식 (267) 지하철은 과학이다! 승객 무게 파악해 주는 응하중 장치 활용법
현재 서울지하철은 수도권 광역교통 수요 흡수를 위해 시계(市界)에 있는 종점에서 경기도로 계속 연장되고 있다. 4호선(진접), 5호선(하남), 7호선(부천, 인천) 등이 그런 사례다. 마침 올해 8월에는 8호선이 구리시와 남양주시로 연장될 예정이다. 별내신도시가 종점이다 보니 별내선이라고 하는데, 서울교통공사에서 전 구간을 운행하므로 지하철 8호선 연장선이라고 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8호선 연장 '별내선', 다른 노선과 차이점은?

8호선 연장선은 지난 25일부터 시운전에 들어간 상태다. 이번 시운전은 실제 시각표와 동일하게 운행하는 영업시운전이다. 이에 따라 전동차 전두부에는 별내행이 표시되고 있으며, 암사역이나 천호역의 열차행선안내게시기(꼬마열차)에도 북쪽 방면 연장구간 역들이 표시되고 있다.
지하철 8호선 연장선(별내선) 노선도 ©서울시
열차들도 기존에는 암사역까지만 운행하고 회차하였지만, 지금은 별내까지 운행하고 있다. 특히 새로 지어진 구간(암사-별내)에서도 출퇴근시간 4.5분, 낮 시간 8분 간격으로 현행 8호선과 똑같이 운행한다. 영업시운전의 취지가 개통 이후와 동일한 환경에서 시설물의 정상 동작 여부와 직원의 숙련도를 확인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통 이후와 똑같이 미리 운행한다고 해서, 승객들이 해당 구간을 타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 때문에 암사역에 도착한 열차가 별내역 방면으로 갈 때는 객실 내에 남아 있는 승객이 없는지 철저하게 확인하고 있다. ☞ [관련 정보] 8호선 영업시운전으로 달라진 시각표 확인하기

한편 서울시가 공개한 8호선 시운전 소식 자료를 보면 흥미로운 사진을 확인할 수 있다. 전동차 내에 커다란 파란 물탱크가 가득 차 있는 모습이다.
8호선 연장 시운전 전동차 안에 설치된 대형 물탱크들 ©서울시
앞에서 영업시운전은 승객이 미리 탄 상태를 가정하고 운행하는 것이라고 하였다. 그런데 신설 구간에서는 승객이 안타기 때문에, 정작 승객이 탄 상태를 재현할 수 없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 운영사에서 시운전을 할 때는 승객의 몸무게를 대신할 수 있는 무게추를 싣고 운행한다. 그것이 바로 물이 가득찬 물탱크이다.

사실 무게만 맞추면 되기 때문에 꼭 물탱크를 써야 하는 건 아니다. 실제로 좌석이 많아서 물탱크가 들어갈 자리가 없는 일반철도 차량에서는 무거운 금속막대를 싣기도 한다. 하지만 지하철 전동차는 의자가 창 쪽에 세로로 놓인 롱시트(long seat)를 사용하다 보니 공간이 넓어서 물탱크를 쓰고 있다. 아무래도 금속은 무겁고 비싸서 다루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래주머니를 활용하는 방법도 있는데 금속보다 밀도가 낮아서 더 많이 필요하고, 모래가 새면 청소가 번거로운 것이 단점이다.

반면 텅 빈 물탱크는 비교적 가벼우므로 쉽게 옮긴 후에 호스로 물을 담아서 무게를 높이면 되어서 편리하다. 나중에 물탱크를 치울 때도 편하다. 전동차 바닥은 평소에도 물청소를 할 정도로 방수가 되므로, 그냥 차 안에서 물탱크 바닥쪽 콕크를 열어 물을 쏟아버리고 가벼워진 물탱크만 다시 꺼내면 된다.

보통 전동차 한 칸에 1.5톤짜리 물탱크를 13개 싣고 20톤을 맞추는 방법을 쓴다. 우리나라 성인의 평균 몸무게가 67kg이므로 이는 약 300명에 해당된다. 전동차 한 칸의 정원이 160명이므로(좌석 54명+입석 106명) 혼잡도로 치면 188%이다. 서울지하철 9호선 급의 높은 혼잡도를 기준으로 테스트한다고 할 수 있다. ☞ [관련 기사] 콩나물 버스·지하철은 이제 그만! 대중교통 혼잡 줄이는 해법
8호선 연장을 위해 추가 도입된 신형 전동차 ©서울시
이렇게 물탱크를 무게추로 이용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렇다면 굳이 이렇게 승객이 탄 상태를 가정해서 시운전을 해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전동차의 '응하중'이라는 개념을 알 필요가 있다.

응하중(應荷重)이란 하중, 즉 무게에 응답한다는 뜻이다. 우리가 작은 자동차를 타면 혼자 운전할 때와 사람을 가득 채워 운전할 때 느낌이 꽤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지하철도 마찬가지다. 텅 비어서 운행하는 지하철과 사람을 꽉꽉 채워 운행하는 지하철은 그 동작 특성이 상당히 다르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속도를 줄이는 제동이다.

철도의 대표적인 특징은 철궤도와 철바퀴 사이의 낮은 마찰을 활용한다는 것이다. 이러면 마찰저항이 감소하여 움직일 때 에너지가 적게 든다. 그런데 철도는 이러한 특성 때문에 제동이 쉽지 않다. 아스팔트 위의 자동차는 브레이크를 밟으면 곧바로 서지만, 철도는 브레이크를 잡아도 한참을 더 간 후에 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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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지하철처럼 많은 승객을 싣고 다니는 차량은 사람 수에 따라 제동 특성이 달라진다. 사람이 적게 탄 가벼운 차는 조금만 제동을 잡아도 세울 수 있지만, 사람이 많이 탄 무거운 차는 평소보다 더 세게 제동을 잡아야 차를 세울 수 있다. 하지만 기관사가 일일이 승객수를 확인해 가면서 제동력을 조절할 수는 없기 때문에, 이 같은 과정은 자동으로 이루어진다. 즉 전동차가 스스로 승객이 많고 적음을 파악하여 그에 맞는 제동 성능을 내주는 것이다.
차량기지에서 분리된 전동차의 대차. 중앙 위쪽에 있는 둥근 것 2개가 에어스프링이다. ©한우진
그럼 전동차는 어떻게 승객의 많고 적음을 알 수 있을까? 전동차의 '현가장치'에 그 해답이 있다. 현가장치란 바닥과 차량 사이의 충격과 진동을 흡수하여 편안한 승차감을 만들어주는 장치를 말한다.

무게가 가벼운 승용차는 '용수철(코일 스프링)'이 차축과 차체를 연결하고 있다. 무게가 더 나가는 트럭 등은 '판(板) 스프링'이라는 길쭉한 쇠판 모음을 사용한다. 판스프링은 무거운 무게를 견딜 수 있어서 과거에는 철도차량에 쓰이기도 했다. 하지만 승차감이 나쁜 게 흠이다.

그래서 지하철 전동차에서는 판스프링 대신 '에어(air) 스프링'을 사용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에어 스프링 속에는 공기가 새지 않게 들어 있어서 무거운 것에 눌릴수록 그 압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전동차 운전실 기관사용 모니터에 표시되는 에어스프링 압력 값 ©한우진
그래서 전동차에는 응하중 장치가 설치되어 있어서 에어스프링의 압력을 측정하여 해당 칸의 무게를 파악할 수 있다. 그리고 그 무게에 따라 제동력 수준을 조절함으로써 항상 일정한 제동패턴이 나오도록 해주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관사는 승객의 많고 적음을 신경 쓰지 않고, 사전에 정해진 규칙대로 운전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는 편리한 운전과 안전한 운행, 승차감 개선에 기여한다. 그런데 이 같은 응하중 장치의 특성을 이용하면 제동 외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이 가능하다.

전동차의 특징은 차량 여러 칸이 길게 이어져 한대로 운행한다는 것이다. 열차(列車)의 ‘열’이라는 글자에 이 뜻이 담겨 있다. 이러다 보니 칸별로 승객수의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특히 지하철의 환승통로는 승강장 한쪽 끝으로 치우친 경우(예: 2호선 잠실역)가 많아 이 같은 불균형을 부채질한다.

이때 응하중 장치가 파악하는 에어스프링의 압력은 전동차 객실 무게에 비례한다. 압력이 높으면 사람이 많이 탔다는 것이고, 낮으면 적게 탔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 정보를 승객들에게 알려주면 승객들은 스스로 덜 혼잡한 칸으로 이동할 수 있다. 그러면 승객이 전동차 전체에 고르게 분산되면서 승객의 체감혼잡도가 낮아지는 효과가 있다. 전동차를 더 자주 운행시킨 것(증편)도 아니고, 편성량수(예: 2호선 10량)를 늘린 것(증결)도 아닌데 승객이 느끼는 혼잡을 줄였다는 데에 큰 의미가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칸수는 왜 노선마다 다를까? (증결과 증편의 차이)
2호선 전동차 내부에 표시되는 칸별 혼잡도 ©한우진
가장 간단한 것은 전동차 자체의 칸별 혼잡도를 차내 모니터에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외부와 통신을 할 필요가 없어서 만들기가 쉽다. 현재 2호선 전동차 등에서 볼 수 있다. 다만 차내에서 승객이 덜 혼잡한 칸이 어딘지 알았더라도 그곳으로 이동하기가 좀 힘들다. 전동차 복도가 좁기 때문이다.

또 다른 것은 이번에 도착할 전동차의 혼잡도를 승강장 천장에 매달려 있는 모니터나 스마트폰 앱으로 알려주는 것이다. 이는 승객이 전동차 도착 전에 넓은 승강장에서 미리 이동해 있을 수 있으므로 유용하다. 현재 또타지하철 앱에서 혼잡도 정보가 제공 중이다. 2, 3호선은 실시간 정보이며, 다른 노선들은 통계정보이다. 통계정보도 유용하긴 하지만, 운동경기나 음악공연 같은 특별한 이벤트가 있을 때의 승객 급증은 반영하기 어려운 한계가 있다. ☞ [관련 기사] 지하철 혼잡도 미리 알고 '여유 칸' 골라 탈 수 있다면?
지하철역 전광판에 표시되는 도착 예정열차 칸별 혼잡도 ©서울시
더 나아가 이 같은 혼잡 정보는 지하철 운영사의 경영정보로 활용할 수도 있다. 이를 위해서는 승객에게 알려주는 개략적이고 상대적인 혼잡도보다 더 정확한 승객 숫자가 필요하다. 

예를 들어 에어스프링 압력이 2.2kg/㎠일 때 객실의 승객 무게가 5.4톤, 3.6kg/㎠일 때 10.7톤인 것을 사전에 파악해 둔다. 그리고 어느 시점의 어느 구간에서 에어스프링 압력이 2.7kg/㎠이라면 승객 무게가 7.3톤임을 알 수 있다. 그리고 이를 한국인의 평균 몸무게(67kg)로 나누면 107명이 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이 같은 수치를 바탕으로 경영계획이나 서비스 개선 목표 등을 세울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오차도 있고, 보정도 필요하긴 하지만 지하철 이용 승객 수를 실시간 자동으로 셀 수 있다는 것은 인공지능(AI)시대에 매우 귀중한 경영 도구라고 할 수 있다.
서울역과 김포공항을 빠르게 이어주는 공항철도 ©(주)공항철도
마지막으로 김포공항-서울역 구간에서 운행 중인 공항철도의 응하중 정보 활용 우수사례를 알아본다. 여름철에 지하철 회사에 가장 많이 들어오는 민원은 바로 냉방이다. 대체로 너무 덥다거나 너무 춥다는 반응이 많다. 현재 전동차 객실 내에는 온도센서가 설치되어 있어서 이에 따라 자동냉방을 하고 있긴 한데, 문제는 승객들의 혼잡도가 반영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똑같은 기온 26도라고 해도, 혼잡이 덜한 객실과 혼잡이 심한 객실 간에는 체감온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사람들끼리 부대끼면 체온이 직접 전달되어 더 덥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공항철도 운영사에서는 기존 자동냉방조절 장치의 입력에 온도센서 결과뿐만 아니라, 응하중 정보를 추가시켰다. 이에 따라 응하중 장치로 파악되는 객실 혼잡도가 기준점을 높게 넘어갈 때마다 자동설정온도를 1도씩 낮추도록 하였다.

이 방식은 전동차 객실내의 체감온도를 정확히 반영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현행 객실 내 온도센서는 사람이 직접 느끼는 온도가 아니라, 공기의 온도를 측정하는 방식이다. 간접 측정인 만큼 승객이 느낌과 괴리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다른 문제는 온도센서는 원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점이다. 집에 전자식 온도계가 있다면 기온이 변하는데도 실제 온도계 수치는 금방 바뀌지 않는 것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응하중 센서는 승객의 무게를 즉시 파악하므로, 훨씬 빠르게 냉방을 조절할 수 있다. 실제로 공항철도 측에 따르면 자동냉방에 응하중 정보를 반영한 이후 냉방 민원이 크게 줄어들었다고 한다.
지하철 천장에 설치된 에어컨
 
중력이 적용되는 지구에 살고 있는 이상, 인간은 몸무게를 발생시킬 수밖에 없다. 그리고 사람을 이동시키는 교통수단에서 이 같은 몸무게는 귀중한 정보이다. 특히 전동차에는 무게를 알아낼 수 있는 에어 스프링과 응하중 제어라는 유용한 장치가 이미 설치되어 있는 만큼, 이를 활용하면 여러 가지 유용한 서비스를 개발해낼 수 있다. 사람의 존재와 움직임조차 정보가 되는 빅데이터 시대에, 전동차에 설치된 응하중 장치는 철도의 서비스를 개선시킬 수 있는 귀중한 기반시설이 될 수 있다.

 

출처 : 서울특별시 내손안에 서울 시민기자 한우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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