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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 음식, 쌀국수 말고 뭐 있지? 서울 속 맛집 탐방

by 카이로 B.G.PARK 2024. 9.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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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골 국물에 해산물과 소고기를 넣어 끓이는 베트남 스타일 쌀국수 후띠에우

 

베트남 쌀국수는 서울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외국 면 요리 중 하나다.쌀국수 외에도 베트남 음식은 남북으로 길게 뻗은 베트남 국토의 생김새만큼이나 다채롭다. 식욕 돋는 가을, 다양한 식재료와 복합적인 문화가 담긴 베트남 음식을 알아보고 맛본다.

 

‘서울은 세계 음식의 용광로’라는 말이 요즘 더욱 실감된다. 외국 음식은 두 가지 경로로 한국에 전해진다. 하나는 해당 국가의 이주민을 통해, 다른 하나는 현지의 음식 기술을 익힌 한국인을 통해 전파되는 경우다. 중국 음식은 아시다시피 구한말 개항과 화교의 유입으로 인기를 끈 지 벌써 120년이 넘었다. 일식은 일본을 통해 들어왔다가 해방 이후 한국인 요리사들에 의해 명맥을 이어왔다. 그렇다면 베트남 음식의 유행은? 뜻밖에도 한국인이 먼저 본격적으로 시도했다.

1990년대 미국·호주·프랑스 유학생들은 현지에서 쌀국수를 많이 먹었지만, 한국에는 파는 곳이 없었다. 이때 한 유학생 출신 사업가가 강남에 식당을 열면서 시작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요즘은 베트남 이주민들이 전국에서 크게 활약하고 있다. 우리가 만난 이주미 사장(베트남 이름 하우짱)은 결혼 이민을 와서 한국에 뿌리를 내렸다. 

베트남 현지인의 고향식, 후띠에우

“호찌민에서 4시간 떨어진 남부 출신입니다. 아이가 둘 있고, 남편도 있어요.(웃음)” 베트남 식당 특유의 냄새가 가게에 가득하다. 베트남은 향초와 스파이스를 잘 사용하고, 볶음과 튀김 요리도 많다. “우리 가게는 여러 가지 쌀국수가 유명해요. 보통 한국인 손님들이 좋아하는 식으로 만들기도 하고, 고향식도 선보이고 있어요.” 

그중 메뉴에 있는 ‘후띠에우’라는 쌀국수는 고향식이라고 한다. 사골로 국물을 내고, 면이 부드럽고 가늘다. 원래는 선지와 족발 등이 들어가지만, 요즘은 넣지 않는다. 매운맛 쌀국수도 있다. ‘후에’라는 중부 지방식이다. 우리가 먹어보면 큰 차이를 느끼기 어려운데, 이들은 정확하게 구분한다. 그럴 만도 하다. 외국인이 전라도·경상도·서울 김치의 차이를 이해하려면 상당한 시간이 필요한 것처럼.

베트남 국민 음식, 쌀국수

“베트남에는 하루 세끼를 쌀국수만 먹는 사람도 있어요.(웃음)” 쌀국수는 정말 베트남의 국민 음식이다. 우선 값이 싸고, 간단하며, 아무리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무엇보다도 맛있다. 쌀국수의 역사는 프랑스 식민 통치 시기인 약 1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부두 노동자들이 처음 먹기 시작했다고 전해진다. 국수는 아주 오래전에 중국으로부터 전해졌다. 중국 남부와 베트남은 쌀농사가 잘되어 밀국수가 아닌 쌀국수를 주로 먹는다. 

쌀국수를 뜻하는 ‘퍼(Pho)’는 프랑스 대중 음식인 ‘포토푀(Pot-au-feu)’에서 왔다는 설이 유력하다. 소뼈 등을 오래 고아 만드는 포토푀의 조리법이 쌀국수 요리에 도입됐다는 것이다. 프랑스인은 포토푀에 빵을 적셔 먹지만, 베트남인은 흔한 국수로 이를 대체했다는 이야기다. 어쨌든 쌀국수는 베트남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닭·소·돼지고기를 모두 사용하며, 그 내장이나 특수 부위도 고루 쓴다.
우리나라에도 베트남 이주민이나 농사를 짓기 위해 오는 계절 노동자가 많은 지역에는 토속적인 베트남 음식을 파는 식당이 꽤 많다. 한국은 이제 쌀국수를 넘어 베트남 본격 요리 시대가 열렸다고 할 수 있다. 
군데군데 구멍이 보일 만큼 얇고 과자처럼 바삭한 반죽이 포옹싸 바인쌔오의 특징이다.
포옹싸의 바인쌔오는 반죽을 얇게 부치고 채소와 해산물을 넣어 완성한다.

남북이 다른 베트남의 맛

“베트남은 남북으로 아주 길고, 땅도 넓어요. 남쪽과 북쪽은 요리 문화도 많이 달라요. 북쪽은 허브 같은 것을 많이 쓰지 않는데, 남쪽은 허브도 많이 넣어요.” 특이하게도 쌀국수의 상징 같은 고수는 남쪽에선 잘 쓰지 않는다고 한다. 가게 이름이 특이하다. ‘포옹싸’. ‘포옹’이라는 한국어가 연상된다. ‘포’는 쌀국수를, ‘옹싸’는 남부 사투리로 친근하게 부르는 ‘아저씨’ 정도의 의미다.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이 사장은 2008년 결혼 이민으로 한국에 왔다. 우리말이 아주 유창하다. 통역사로도 일했다. 아이들이 크면서 사업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해 2019년 가게를 열었다. 코로나19 시기에는 고생했지만, 지금은 서울의 맛집으로 유명하다. 근처 종합병원 직원이 많이 찾고, 아파트가 속속 들어서면서 주민들의 단골집이 되었다. 주말에는 근처에 사는 베트남 현지인이 몰려온다. 가게 벽에는 “해장에는 쌀국수가 딱이다”라는 글귀가 붙어 있다. 재치가 반짝이는 가게다. 
포옹싸의 이주미 사장(왼쪽)과 박찬일 셰프
포옹싸의 바인쌔오(왼)와 바인미

서울에서 맛본 최고의 바인쌔오

이 집은 가족 경영을 하고 있다. 베트남 친정어머니가 와서 요리를 도와준다. 원래 솜씨가 좋은 분이다. 바인쌔오를 부쳐 내왔는데, 내가 서울에서 본 최고의 바인쌔오였다. 베트남에서 잘한다는 식당에서 먹어본 바인쌔오에 전혀 밀리지 않았다. 이것도 남부식과 북부식이 다르다고 한다. “남부는 얇고 크게, 중부와 북부는 조금 두툼하고 작게 부칩니다.” 

바인쌔오는 쌀가루에 노란색 강황을 넣어(달걀은 들어가지 않는다) 색을 내고, 코코넛 가루로 맛을 낸다. 그걸 얇게 부치고 가운데에 여러 가지 고명을 넣어 속을 채운다. 베트남은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동남아시아를 잇는 위치에 있다. 북부를 통하지 않으면 중국으로 가기 힘들다. 지도를 보면 인도차이나반도의 북쪽은 대부분 거대한 산맥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래서 베트남은 중국과 통하는 중요한 통로가 되었고, 그로 인해 중국 문화를 많이 받아들였다. 한국인에게 널리 알려진 짜조도 중국 요리인 춘권 계열이다. 볶음밥, 볶음국수 같은 중국 남부식 요리도 많이 먹는다.

베트남식 바게트의 진화

베트남 음식 역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바인미(Bánh Mì)’다. 원래는 떡이나 면 요리를 뜻하는 이름이었지만, 프랑스의 유산인 바게트 빵을 의미하면서 빵 샌드위치라는 뜻으로 사용됐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쌀국수만큼 많이 먹는다. 프랑스 바게트가 현지화된 것이다. 프랑스에서는 햄 등을 가볍게 끼워 먹지만, 베트남에서는 느억맘(액젓)으로 양념한 돼지고기와 채소 등을 넣어 먹는다. “북쪽은 바인미에 속을 많이 넣는 편이고, 남부는 단순해요. 그런 차이가 있어요.” 

고수는 쌀국수에 반드시 들어가는 것은 아니지만, 바인미에는 거의 항상 고수를 넣는다. 그것이 베트남식이다. 베트남 식당들이 한국에서 요리할 때 가장 어려운 점은 역시 재료의 가격 차이다. 요즘은 재료 수입이 늘고, 신선한 채소나 허브는 농사를 많이 지어서 시중에 풍부하다. 고수는 원래 한국에서 나는 채소라 구하기 쉽다. 

하지만 베트남 현지와 비교하면 가격 차이가 크다. 겨울이나 한여름에는 고수 가격이 매우 비싸서 부담스럽다고 한다. 베트남은 한국과 수교한 후 관광, 기업 교류, 이민 등으로 매우 가까운 나라가 되었다. 특히 음식이 널리 퍼지면서 더욱 친밀해진 경우다. 서울에서도 맛있는 베트남 식당을 흔히 찾을 수 있는 시대가 되었다. 양국은 1992년에 수교했으며, 현재 31년이 넘었다. 
베트남 음식 중 하나인 껌떰(Com Tam)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들
베트남에는 다양한 지역 특산 요리와 함께 풍부한 미식을 즐길 수 있는 음식이 많다. 특히 남부와 북부 스타일이 조금씩 다른 것이 특징이다. 베트남을 대표하는 음식을 소개한다.

퍼(Pho)
베트남의 대표적인 국수 요리. 쌀국수 면을 진한 육수와 함께 즐긴다. 주로 소고기나 닭고기를 사용해 깊은 맛을 내며, 숙주· 라임·고수 등 신선한 채소와 함께 제공된다.

껌떰(Com Tam)
베트남 남부에서 인기 있는 음식. 쌀밥에 돼지고기, 달걀프라이, 오이, 채소 등을 곁들인 요리다. 느억맘 소스를 뿌려 먹는 것이 일반적이다.

바인미(Banh Mi)
바게트 빵에 다양한 재료를 채워 만드는 요리. 지역마다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돼지고기, 파테, 채소, 고수, 칠리소스 등이 사용된다.

바인쌔오(Banh Xeo)
쌀가루와 강황 가루로 만든 바삭한 크레페 느낌의 반죽에 취향에 맞춰 고기나 해산물, 다양한 채소를 넣어 먹는 음식. 물에 적실 필요 없는 라이스페이퍼 바인다넴에 모든 재료를 올려 쌈처럼 싸서 먹는다.

분짜(Bun Cha)
하노이에서 유래한 음식으로, 숯불에 구운 돼지고기 완자와 얇은 쌀국수를 새콤달콤한 느억맘 소스에 담가 신선한 채소와 함께 먹는다.

짜조(Cha Gio)
파프리카로 맛을 낸 돼지고기 소시지로, 스페인의 다양한 요리에 활용된다. 구워 먹거나 얇게 썰어 타파스로 즐긴다.
서울에서 만나는 정통 베트남의 맛
남부의 깊고 진한 쌀국수부터 바삭한 바인쌔오 그리고 불 향 가득한 분짜까지.서울 한복판에서 베트남 정통 요리를 경험해보자.



# 베트남 가족이 운영하는 정통 남부식 전문점 ‘포옹싸’
지하철 3호선 구파발역 근처에 있는 ‘포옹싸’는 베트남 현지인 가족이 운영하는 정통 베트남 남부식 음식점이다. 이곳은 오랜 시간 끓여낸 사골육수에 기반한 쌀국수가 특히 유명하다. 호찌민 스타일의 후띠에우 쌀국수와 바인쌔오가 대표 메뉴. 이곳의 바인쌔오는 쌀가루와 강황 가루로 만든 얇고 바삭한 부침개에 새우, 고기, 숙주가 가득 들어 있다. 쌀국수는 베트남 간장에 다진마늘을 넣은 소스나 테이블에 있는 매운 소스를 곁들여 먹으면 좋다. 베트남 식재료도 판매하고 있어 현지의 분위기가 가득하다. 연유를 넣어 진하게 마시는 베트남 커피 한잔으로 식사를 마무리하면 더욱 좋다.

블로그 blog.naver.com/inbo23
가격 후띠에우 쌀국수 1만 원, 소고기 바인미8,000원, 바인쌔오 1만2,000원# 감성적인 ‘힙지로’의 숨은 맛집 ‘을지깐깐’
독특한 베트남 요리를 선보여 인기를 얻고 있는 베트남 레스토랑. ‘힙지로’ 감성을 가득 품고 있다. 을지로의 좁은 골목을 지나 건물 2층의 작은 철문을 열고 들어가면 노출 콘크리트 인테리어로 꾸민, 숨은 아지트 같은 신비로운 공간이 펼쳐 진다. 이곳은 베트남에서 요리를 배워온 사장이 현지의 맛을 그대로 재현한 다양한 메뉴를 선보이고 있다. 대표 메뉴로는 부드러운 족발과 게살, 매콤한 국물이 조화를 이루는 게살 쌀국수와 바삭하고 탱글한 새우살튀김 그리고 돼지고기와 반숙 달걀프라이, 셜롯 튀김의 조합이 매력적인 돼지고기 덮밥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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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eulji_canhcanh
가격 게살국수 1만3,000원, 고기덮밥 1만2,000원, 새우살튀김 6,000원, 짜조 4,500원

 
# 진한 사골 육수와 신선한 재료의 남부식 요리 ‘씬머이’
지하철 6호선 태릉입구역 근처 주택가 골목에 자리한 ‘씬머이’는 베트남 남부식 요리를 전문으로 하는 숨은 맛집이다. 진한 사골 육수에 소고기 사태가 어우러진 소고기 쌀국수, 해물 육수와 돼지 사골 육수가 조화를 이루는 ‘후띠에우 남 양’ 을 비롯해 새우와 숙주 등의 신선한 재료가 가득 들어간 바인쌔오와 불 향 가득한 분짜 등 다양한 메뉴로 많은 이의 사랑을 받고 있다. 또 저렴한 가격의 다양한 사이드 메뉴가 준비돼 있어 베트남 현지의 풍부한 맛을 경험할 수 있다.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에서 현지의 맛을 즐길 수 있는 곳 으로, 가성비 좋은 베트남 음식을 찾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인스타그램 @eulji_canhcanh
가격 바인쌔오 1만4,000원, 분짜 1만4,000원, 후띠에우 남 양 1만1,000원, 볶음 쌀국수 9,000원, 모닝글로리(공심채) 1만 원
출처 : 서울특별시 내손안에 서울
 
박찬일
1965년 서울 출생. <백년식당>, <추억의 절반은 맛이다>, <노포의 장사법>, <밥 먹다가 울컥> 등의 책을 내며 ‘글을 맛있게 쓰는 요리사’라는 별명을 얻었다. 서울이 사랑하는 음식에 대한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내 널리 알리면서 사람들의 입맛을 돋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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