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 건강에 치명적인 '이 감정'…잘 다스리고 싶다면 이렇게

외로움은 뇌를 아프게 한다. 외로움은 단지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18화   외로움은 뇌를 아프게 한다

서울에 거주하는 77세 김모 어르신은 배우자와 사별 후 자녀와도 멀리 떨어져 지내며 혼자 살고 있었다. 병원 진료 시 뚜렷한 치매 증상은 없었지만, ‘기억이 흐릿해지고, 머리가 자주 멍하다’는 주관적 인지 저하 증상을 호소했다. MMSE(치매선별검사) 점수는 치매 경계선(24점)이었으며, MRI상 뇌 위축은 뚜렷하지 않았다.

하지만 일상에서는 TV 시청 외 활동이 거의 없고, 하루에 말하는 단어 수가 100개도 채 되지 않는 것으로 관찰되었다. 이에 지역 치매안심센터에서 매주 2회 전화기반 AI케어콜을 시작했고, 인근 경로당 프로그램 참여도 유도됐다.

3개월 후, MMSE 점수는 유지됐고, 주관적 기억력 불편감이 뚜렷하게 줄어들었다. 우울감 지표도 호전됐다. 김 어르신은 “말을 주고받다 보니 하루가 빨리 가고 머리도 맑아진다”고 말했다.

외로움은 뇌를 아프게 한다. 외로움은 단지 ‘마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사회적 연결의 강한 힘이 뇌에 얼마나 중요한지 알아야 한다. 사람은 본능적으로 사회적 동물이다. 그러나 현대사회는 점점 더 개인화되고 있다.

COVID-19 시대를 보내면서 노년층뿐만 아니라 중장년층에서도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나며, 외로움은 새로운 ‘사회적 팬데믹’으로 떠오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외로움을 감정적 문제로 여긴다. 하지만 최근의 신경과학 연구는 외로움이 뇌와 신체 건강에 실질적인 손상을 줄 수 있는 생물학적 스트레스 요인임을 보여주고 있다.

외로움이 뇌에 미치는 영향

외로움은 단순히 슬픈 감정을 넘어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키는 독립적인 위험 인자다. 뇌영상 연구에 따르면, 장기간의 외로움은 뇌의 여러 부분에서 영향을 준다.

먼저 기억의 저장소인 해마(hippocampus)의 위축을 일으킨다. 기억을 담당하는 해마는 외로움, 우울, 스트레스와 민감하게 연결되어 있다. 장기적으로 외로움은 해마의 크기를 줄이고, 기억력 저하와 인지장애 위험을 높인다.

또한 판단력과 감정 조절을 담당하는 전전두엽도 외로움에 의해 비활성화된다. 이는 우울감, 사회적 위축, 자기 통제력 저하와 연결된다. 외로움은 뇌의 면역세포인 미세아교세포를 과도하게 활성화시켜 만성적인 신경염증 상태를 유발할 수 있다. 이는 알츠하이머병과 같은 퇴행성 뇌질환의 위험을 높이는 요인이 된다.

2023년 발표된 한 대규모 코호트 연구에 따르면 사회적 고립이 알츠하이머병 발병 위험을 50% 이상 증가시킨다고 보고했다. 특히 정기적인 대화 상대가 없고, 가족 및 친구와의 접촉이 적은 노인의 경우, 인지기능 저하 속도가 유의하게 빨라진다.

한편, 사회적 연결(social connectedness)은 뇌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인간관계를 유지하는 활동—가령 친구와의 식사, 봉사활동 참여, 전화 통화 같은 간단한 접촉도—뇌의 신경망을 자극하고, 감정의 균형을 잡는 데 도움이 된다.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 건강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느리게 나이 들기’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

외로움은 단순한 감정이 아니라 뇌 건강에 치명적인 독이 될 수 있다. ‘느리게 나이 드는 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운동이나 영양 못지않게 사회적 연결 유지가 중요하다.

1. ‘먼저 연락하기’를 일상화하기

“잘 지내?” 또는 “생각나서 연락했어”라는 짧은 문자 한 통을 보내는 것부터 시작해보자. 정기적인 알림을 만들어서 한 달에 한 번, 특정 요일에 ‘연락할 사람’ 목록을 설정해두면 지속적인 연결 유지에 도움이 된다.

2. 소소한 이유로 만나기(‘이유 만들기’ 전략)

“근처에 볼일 있어서 커피나 하자”, “집에 반찬이 좀 남았는데 나눠줄게” 등 자연스러운 명분을 만들어 기회를 가져보자. 동네 산책이나 시장 보기 같이 ‘작은 만남’을 유도하면 만남 자체의 부담을 줄여준다.

3. ‘같이 하자’는 제안으로 연결 만들기

같은 취미나 활동을 한번 해보자. 자원봉사나 지역활동을 동행해보는 등 함께 가면 새로운 네트워크를 같이 만들 수 있다.

4. 말보다 ‘행동’으로 응답하기

혼자 있는 이웃이 떠오르면 바로 실천해보자. 그 이웃도 사회적 외로움에 뇌가 아플 수 있다. 직접 문 앞에 간단한 음식을 두거나, “운동 같이 하실래요?”라고 노크만 해도 충분히 따뜻한 제안이 된다.

사람과 사람이 연결될 때, 뇌는 살아있음을 느낀다. 늦기 전에 가까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어보자. 그 전화 한 통이 나의 뇌를, 혹은 타인의 뇌를 지키는 시작이 될 수 있다.

 

출처 : 서울특별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