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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슬픈 일은 기억에 오래 남을까? 뇌 건강과 감정 기억

by 카이로 B.G.PARK 2025. 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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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진 교수의 느리게 나이 드는 뇌 이야기

                                      왜 우리는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을 더 오래, 더 생생히 기억할까? 


느리게 나이 드는 ‘뇌 이야기’ (16) 왜 슬픈 일은 오래 남을까? 감정 기억과 뇌


아픈 기억을 잊는 것만이 뇌 건강에 도움이 될까? “좋은 기억은 잊히고, 아픈 기억은 남는다”는 말은 과학적으로도 근거가 있다. 왜 우리는 기쁜 일보다 슬픈 일을 더 오래, 더 생생히 기억할까? 그 해답은 뇌의 기억 메커니즘과 감정의 상호작용에서 찾을 수 있다.


1. 기억과 감정의 뇌 구조: 해마와 편도체

기억을 담당하는 대표적 뇌 구조는 ‘해마(hippocampus)’이며, 감정 특히 공포나 슬픔과 관련된 구조는 ‘편도체(amygdala)’다. 이 두 구조는 단순히 나란히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감정적 경험을 기억으로 각인시키는데 서로 강하게 연결돼 있다.

특히 부정적 정서, 즉 위협이나 상실, 고통과 관련된 감정은 편도체를 강하게 자극하며, 이는 해마의 활동을 강화해 해당 경험을 더 강하게, 장기기억으로 저장되게 한다. 슬픈 일이 ‘강렬하게 기억되는’ 이유는 단지 그 사건이 나빴기 때문이 아니라, 그 감정이 뇌 안에서 생존에 중요하다고 간주되었기 때문이다.

2. 생존 본능과 부정적 정보의 우선 저장

진화적으로 볼 때, 부정적인 정보는 생존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쳤다. 예컨대 맹수를 만난 장소나 실수로 다친 경험을 빠르게 배우고 오래 기억하지 않았다면 생존 확률은 낮아졌을 것이다.

이런 이유로 인간의 뇌는 ‘긍정적인 정보’보다 ‘부정적인 정보’를 더 빠르게 저장하고, 더 오랫동안 유지하도록 진화해왔다.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부정성 편향(Negativity bias)이 여기에 해당한다.

3. 스트레스 호르몬과 장기 기억

슬픈 사건이 발생할 때 분비되는 코르티솔(cortisol)이나 아드레날린(adrenaline)과 같은 스트레스 호르몬은 기억 형성과 강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 호르몬들은 단기적으로는 집중력과 주의력을 높여 사건의 세세한 정보를 뇌에 각인시키며, 장기적으로는 해당 기억을 더 자주 떠올리게 해 재강화(reconsolidation)된다. 그래서 급성 스트레스는 오히려 기억에 더 도움이 된다고 알려진다.

예를 들면, 시험 볼 때 기억력이 엄청나게 생성되는 것 같은 경우이다. 하지만 스트레스가 너무 강하거나 만성적으로 노출되면 오히려 해마를 위축시키고 기억력을 저하시킬 수도 있다. 반대로 기쁜 기억은 강한 스트레스 호르몬 분비를 유발하지 않으며, 반복적으로 되새김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긍정적인 감정은 현재의 안정감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되지만, 생존에 직접적인 위협은 되지 않기 때문에 뇌는 상대적으로 중요하게 다루지 않는다. 그래서 행복하고 감사했던 기억은 잘 떠오르지 않고 안 좋았던 기억은 시간이 갈수록 좀 더 또렷해진다.
감정이 강하게 동반된 기억은 그 사건이 끝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감정이 강하게 동반된 기억은 그 사건이 끝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떠오른다.


4. 감정의 반복과 뇌 회로의 강화

감정이 강하게 동반된 기억은 그 사건이 끝난 후에도 반복적으로 떠오르며, 그때마다 뇌는 그 기억 회로를 다시 강화한다. 이를 ‘반복 재생(rehearsal)’, 혹은 ‘정서적 되새김(rumination)’이라고 한다. 특히 슬픔이나 후회, 분노와 같은 감정은 자주 되새김을 유발하며 기억을 더욱 견고하게 만든다. 슬픈 일이 오래 기억되는 것은 우연이 아니라, 생존과 진화의 산물이며, 뇌가 감정을 어떻게 인식하고 처리하는지를 보여주는 강력한 증거다.

감정은 단순한 느낌이 아니라, 우리의 뇌 회로를 조절하고 기억의 깊이를 결정짓는 열쇠다. 그리고 어쩌면 그 슬픈 기억은 우리가 더 나은 결정을 내리고, 더 조심스럽게 살아가도록 도와주는 보호 장치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슬픔과 이에 따른 애도 반응은 인간의 자연스러운 정서이며, 애도, 후회, 반성 등 삶의 중요한 전환점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문제는 그 슬픔이 만성화돼 우울로 전이됐을 때다.
모든 슬픔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보다는
그 슬픔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뇌 건강에 대한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감정은 기억의 열쇠
우울증이나 병적인 슬픔을 줄이는 것은 뇌 건강을 유지하고 증진하는 데 매우 중요한 요소이다. 정서적 고통은 단지 ‘마음의 병’이 아니라 실제로 뇌의 구조와 기능을 변화시킨다. 그러나 모든 슬픔을 없애야 한다는 결론보다는 그 슬픔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뇌 건강에 대한 영향이 달라진다는 점이 중요하다.

건강한 정서 조절 능력, 사회적 지지망, 적극적인 개입은 우리의 뇌를 더욱 건강하고 탄력적으로 만든다. 오늘 하루, 나의 마음의 밭이 어떤 상태인지 돌아보는 여유를 가져보자. 적절한 슬픔과 스트레스를 나의 뇌 회로를 효율적으로 돌리는 안전망으로 이용해보자.

 

출처 : 서울특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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