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온다고 했어, 금방 올 거야
봉사라고 거창한 게 아니라 숙소에서 아이들과 반나절 정도 놀아주는 거였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저 함께 TV를 보고 수다도 떨며 쉬다 오곤 했다
어느 날, 못 보던 두 여자아이가 보였다. 둘은 자매라고 했다. 부모가 이혼하며 서로 양육권을 떠넘기려 해서 친척 집을 전전하다 결국 보육원으로 온 거였다. 동생은 유치원생, 언니는 초등학교 저학년쯤 되어 보였다. 둘 다 얼굴이 하얗고 작고 예뻤다.
자매 중 동생이 두 눈을 반짝이며 내게 물었다.
“언니, 여기 왜 왔어요?”
당시 이십 대인 내가 언니로 보였나 보다.
“응, 나는 너희랑 놀려고 왔어.”
그러자 아이가 새침하게 말했다.
“우리는 며칠 있으면 집에 갈 건데.”
아이의 말은 “우리는 여기 있는 아이들과 달라요. 엄마가 곧 데리러 올 거예요. 집에 갈 거예요. 그러니까 우리는 버려지지 않았어요”라는 외침처럼 들렸다.
“그래, 그렇구나.”
나는 아이가 말한 대로 이루어지기를 바랐다. 하지만 그렇게 되지 않으리란 것도 알았다.
그다음 주에도, 그 다다음 주에도, 일 개월, 삼 개월, 일 년이 흘러도 곧 집으로 돌아갈 거라던 자매는 보육원에 있었다. 그러는 사이 자매의 분위기는 나머지 아이들과 비슷해져 갔다. 아니, 그보다 더 어두워졌다.
‘귀티가 난다’라는 말이 있다. 예전에는 그 말이 잘 먹고 잘사는 집 아이를 표현하는 말인 줄 알았다. 하지만 두 자매를 보면서 그 슬픈 의미를 알게 되었다.
귀티가 난다는 건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다는 뜻이다. 일대일로 누군가의 돌봄을 받고 있을 때, 아이에게 나타나는 자신감과 안정감이 바로 ‘귀티’였다. 몇 개월이 지나자, 자매의 얼굴에 귀티가 사라지고 말았다.
희망을 포기한 아이가 심한 절망감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얼굴이 무표정으로 변하고 무기력해지다가 심한 경우, 혼수상태에 빠져드는 ‘체념 증후군’이란 질병이 있다. 아픔과 실망이 반복될 때 생기는 이 병은 아파도 아프다 못 하고, 슬퍼도 슬프다 못 하며, 설령 말한다 해도 들어줄 사람이 없는 악조건 속에서 발현된다.
가정에서 자라다 맡겨진 퇴소 청년들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처음에는 매일 한결같이 부모를 기다렸다고 한다.
‘올 거야, 온다고 했어. 금방 올 거야.’
그러다 사춘기쯤 되면 기다림의 애타는 마음이 냉소적으로 바뀐단다.
‘뭐야, 안 오네. 안 오는 거네.’
내가 만났던 어린 두 자매는 지금쯤 삼십 대가 되었을 것이다. 어디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퇴소한 후에라도 가족을 만났을지 궁금하다. 아무쪼록 두 자매가 사랑받는 아내, 행복한 엄마가 되어 있기를 기도한다.
매년 수천 명의 아이가 보육원에 새로이 입소하여 오지 않는 부모를 기다리고 있다. 대부분의 보육사 선생님이 열과 성을 다하겠지만, 아무리 살뜰히 돌본다 한들 부모의 관심과 사랑에 비할 수 있을까.
형편이 어렵거나 부족한 부모라 해도 일대일의 관심과 사랑을 주는 존재가 있고 없고의 차이는 아이 인생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 부모 중 한 사람이라도 이 아이를 지켜낸다면 좋을 것을, 너무나도 안타깝다.
- 하나님, 그래서 그러셨군요!, 신애라
† 말씀
주의 얼굴을 내게서 숨기지 마시고 주의 종을 노하여 버리지 마소서 주는 나의 도움이 되셨나이다 나의 구원의 하나님이시여 나를 버리지 마시고 떠나지 마소서 내 부모는 나를 버렸으나 여호와는 나를 영접하시리이다
_시편 27: 9~10
† 기도
주님은 나를 싫어 버리지 않으시며 나를 사랑하시고 나를 지키시는 분이심을 고백합니다. 주님의 보살피심으로 인해 오늘의 내가 있고, 오늘을 살아갑니다. 지금까지 인도하신 주님의 인도하심과 넘치는 사랑으로 함께 하신 주님께 진심으로 감사 드립니다.
† 적용과 결단
내가 받은 주님의 풍성한 사랑과 보호하심으로 지금 이순간을 살아가게 하심에 더욱 감사 드리며 주변에 사랑이 필요한 곳에 받은 사랑을 흘려 보내는 자 되길 원합니다
출처 : 갓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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