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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서울의 한강은 파리의 센강보다 더 맑을까?

by 카이로 B.G.PARK 2024.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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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4 파리 올림픽에 참가한 대한민국 선수단이 센강을 지나는 모습

 

한강은 서울을 남북으로 가르며 흐른다. 프랑스의 센강(Seine River) 역시 파리를 남북으로 가르며 흘러간다. 그런데 파리 시민들은 강남, 강북이라는 말로 지역을 구분하기보다는 센강의 왼쪽, 오른쪽이라는 말을 자주 쓴다. 강물을 따라 동에서 서쪽으로 배를 타고 간다고 했을 때, 왼쪽으로 보이는 쪽은 자연히 남쪽이 되고 오른쪽으로 보이는 쪽은 북쪽이 된다. 한국어로 번역해서 말할 때에는 파리의 지역에 대해 말할 때는 강남, 강북이란 말 대신 좌안, 우안이라는 표현을 쓰곤 한다. 만약 싸이가 한국인이 아니라 프랑스인이었다면, <강남 스타일> 대신에 <좌안 스타일>이라는 노래를 발표했을지도 모른다.

지역에 대해 이야기하는 좌안, 우안 같은 독특한 표현이 굳어져 있을 만큼 센강은 파리 시민들에게 오랜 세월 아주 익숙한 강이었다. 그렇기에 2024년 파리 올림픽을 맞아 프랑스인들은 센강과 그 주변을 세계 사람들에게 멋지게 보여 주고 싶다는 생각을 했던 것 같다. 그중에서도 가장 야심 찬 계획은 올림픽 대회 중에 장거리 수영을 센강에서 치르겠다는 생각이었다. 예를 들어 철인 3종 경기 같은 종목은 진작부터 센강에 뛰어들어 헤엄을 치는 것으로 계획되어 있었다.

강물이 있으면 거기서 장거리 수영대회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센강에서 수영대회를 연다는 것이 그토록 중요한 관심사가 될 일이었을까? 그 이유는 과거 파리의 센강 물이 더럽기로 악명 높았기 때문이다. 여러 언론 보도를 종합해 보면 파리의 센강에서 수영이 금지된 것은 1923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고 한다. 그러므로 만약 2024년 올림픽 때 센강 수영이 이루어진다면 거의 100년 만에 센강 물이 다시 조금은 맑아졌다고 말할 수 있게 된다.
센강이 더러워진 까닭은 파리가 오랜 세월 대도시로 꾸준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파리의 센강이 이렇게까지 더러워진 까닭은 파리가 오랜 세월 많은 인구가 사는 대도시로 꾸준히 성장해 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파리의 하수도 시설은 오래전부터 그 규모를 자랑하기도 했고, 여러 소설이나 영화에서 주인공이나 악당이 몰래 탈출하는 통로로도 자주 등장하던 나름의 명물이기도 했다. 그렇지만 하수도 시설을 만들고 운영하는 속도에 비해 프랑스인들이 물을 오염시키는 속도가 더 빨랐던 것 같다.

2024년 7월 1일 한 국내 언론 보도에서는 6월 19일 측정치 기준으로 서울 한강의 수질을 대장균 31 CFU/100ml라고 보도했다. 이 말을 대충 해석하면 대략 컵 반 잔 정도에 해당하는 100cc 정도의 물속에 대장균이 31마리 정도 사는 것으로 추정해 볼 만하다는 뜻이다. 당연히 수치가 적을 수록 대장균이 적게 산다는 말이 되고 그 물은 깨끗하다는 뜻이 된다.

수질을 따지는 실험을 할 때 자주 이야기하는 세균이 대장균이기 때문에 흔히 대장균을 아주 더럽고 해로운 세균으로 오해하기 쉽다. 그렇지만 온갖 병을 일으키는 여러 가지 다양한 세균들에 비해 딱히 대장균이 유독 더 해로운 세균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모든 사람의 배 속에는 대부분 어느 정도의 대장균이 살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균 정도면 평범한 세균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도 주로 수질을 시험해 볼 때 대장균을 자주 살펴보는 것은 대장균에 대한 연구가 많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과학자들이 대장균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이 많으며, 흔한 오물 속에서 가장 쉽게 찾을 수 있는 것이 대장균이기 때문에 여러 세균들 중에 사람에게 가장 친숙한 축에 속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물속에 대장균 숫자가 많다면 그 자체로 문제라기 보다는 대장균 숫자가 많은 것을 보니 다른 세균도 많고 그렇게 대장균이 많이 살 만큼 다른 더러운 물질도 같이 섞여 있겠거니 하고 추측해 볼 수 있다는 뜻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장균이 많으면 더러운 물이라고 간주되는 것이다.

그러면 왜 대장균의 숫자를 그냥 알아보기 쉽게 ‘몇 마리’라고 하지 않고 CFU라는 어려운 단위를 써서 말하는 것일까? 그것은 대장균이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작아 일일이 헤아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래서 보통 수질 검사 실험을 할 때는, 물을 떠다가 정해진 표준 실험 절차에 따라 실험할 물을 뿌려 놓고 대장균이 잘 자랄 수 있는 환경에서 일부러 대장균을 무럭무럭 키워 본다.

세균이 왕성하게 자라나면 한 마리 세균이 어마어마한 숫자로 불어나서 나중에는 눈에 보일 정도의 수많은 세균 덩어리로 불어나는데, 그런 눈에 보이는 덩어리를 집락 또는 영어로 콜로니(colony)라고 부른다.

그리고 CFU라는 단위는 집락형성단위(colony-forming unit)의 약자다. 다시 말해 CFU는 실험 결과로 세균을 키워 봤더니 눈에 보이는 덩어리가 몇 개가 생겼는지를 의미한다. 그러므로 31 CFU/100 ml라는 말의 진짜 뜻은 한강 물 100 cc를 떠다가 일부러 대장균이 잘 자라도록 놔두고 지켜봤더니 거기서 31개의 눈에 보이는 세균 덩어리가 생기더라는 뜻이다. 대장균 한 마리가 덩어리 한 개 정도로 불어나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면 원래는 대장균 31마리가 살았을 만하다고 이야기할 수 있다.

파리 센강의 수질을 이렇게 살펴 보면 어떨까? 6월 23일 센강 알렉상드르 다리 근처에서 측정해 본 대장균 수치는 무려 3000 CFU/100ml 정도였다고 한다. 단순히 수치만 놓고 보면, 센강에 한강보다 대장균이 무려 100배 정도 더 많이 끼어 있을 정도로 물이 더 더럽다는 뜻이다.

세계수영연맹에서 제시하고 있는 허용 기준은 1000 CFU/100ml이므로, 이 정도면 센강에서는 수영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도 당연하다. 다행히도 갖은 노력 끝에 최근에는 센강 수질을 기준치 아래로 맞출 정도가 될 때가 많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고, 7월에는 파리 시장이 직접 센강에 뛰어들어 수영하는 모습을 보여 주는 등 그래도 센강 상태가 과거 보다는 나아지고 있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서울의 한강은 어떻게 좋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그러면 어떻게 서울의 한강은 센강보다 훨씬 더 나은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한강이 하늘의 축복을 받아 센강보다 저절로 맑아지는 것일까?

그럴 리는 없다. 과거에는 서울의 수질도 더럽기도 악명 높았다. 1444년 음력 12월 22일자 <조선왕조실록> 기록에는 이선로라는 신하와 어효첨이라는 신하의 논쟁이 실려 있다. 여기에서 이선로는 청계천 수질을 더럽히는 사람은 엄격히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어효첨은 그러면 서울 시민들이 편하게 살 수가 없다면서 쓰레기와 오물을 처리할 방법이 딱히 없는데 청계천을 하수도로 쓰는 것을 어느 정도는 허용해 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결국 어효첨의 의견이 설득력을 얻어, 조선 시대 내내 청계천은 쓰레기장이자 하수도와 비슷한 역할을 했다. 그러므로 서울 수질이 떨어져 버린 것은 너무나 당연한 결과였다.

20세기 한국이 고도성장 시기에 접어들게 되자 서울의 인구는 폭발적으로 더욱 빠르게 늘어났다. 20세기 초 25만 가량에 불과했던 서울 인구는 50여 년이 지난 1980년대가 되자 무려 1,000만 명으로 늘어났다. 이런 엄청난 인구가 사는 곳에서 수질 관리 문제를 그저 엉성하게 놓아 두면 아무리 한강이 넓다고 해도 그 물이 남아나지 않을 것이다. 한국은 프랑스보다 훨씬 더 인구가 좁은 곳에 몰려 사는 나라다. 그러므로 만약 별다른 대책을 세우지 않았다면 서울의 한강 수질은 센강 못지않게 심각해졌을 것이다.

그러나 서울 시민들은 총 네 개의 거대한 폐수 처리 시설을 건설하는 데 성공했다. 근래에는 흔히 ‘물 재생 센터’라는 이름으로 부르곤 하는 시설이다. 이런 이름이 과장이 아닌 것이, 하수도를 따라 넘쳐흘러 오는 천만 인구가 버린 더러운 물이 이 시설을 거치면서 맑은 빛깔의 물로 바뀌어 한강으로 나간다. 물 재생 센터 중에 큰 곳에서는 최대 하루 160만 톤이 넘는 더러운 물을 받아들일 수 있을 정도다.
서울에는 총 4개의 거대한 폐수 처리 시설이 있다. 사진은 중랑물재생센터
따라서 서울의 한강 수질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물 재생 센터에서 지금도 열심히 일하고 있는 노동자들의 노력 때문이며, 물 재생 센터의 시설을 유지하고 개선하기 위해 과학자들이 항상 노력하고 있기 때문이다. 깨끗한 물을 주면서 더럽혀 보라고 하면 더럽히기는 쉽다. 그렇지만 누가 더러운 물을 한 바가지 주면서 도로 깨끗하게 만들어 보라고 하면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그 일을 해낸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해내는 마법 같은 기술이 언제나 일상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곳이 바로 ‘물 재생센터’다. 널리 사용되고 있는 대표적인 기술로는 활성슬러지법이라고 해서, 더러운 물질을 분해하는 미생물을 일부러 물속에서 대량으로 키우고 그 미생물이 잘 자라나도록 물속에 그런 미생물이 좋아하는 산소를 계속해서 불어 넣는 방법이 있다. 서울의 물 재생 센터에서는 그런 작업을 하는 커다란 기계들이 눈에 뜨이지 않는 땅속에 건설되어 365일 부지런히 돌아가고 있다.
한강에서는 ‘쉬엄쉬엄 한강 3종 축제’ 등 한강을 건너는 수영대회가 자주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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센강에서 올림픽 수영대회를 여는 것이 프랑스의 국가적인 과제인 것과는 아주 대조적으로 한강에서는 지난 6월 일반인들도 재미 삼아 참가할 수 있었던 한강 건너기 수영대회가 너무나 평범하게 열렸다. 이런 대회는 자주 개최되는 편이라서 초등학생 중에도 참가자가 자주 등장하며, 며칠 전 한 TV 프로그램에서는 연예인들이 수영으로 한강을 건너는 모습을 보여 주기도 했다. 

그 모든 즐거움은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보호하기 위한 기술을 개발하고 그 기술을 활용하는 사람들이 힘을 모아 노력해서 이루어 낸 것이다. 설거지물을 버릴 때나 세수를 한 후 하수구로 사라지는 물을 볼 때마다, 그 더러운 물을 위해 지금 이 순간에도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기억해 봐도 좋겠다.
 
출처 : 서울특별시 내손안에 서울 곽재식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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